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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음악

하우스 음악, 미운 오리에서 전설이 되기까지

by muasis 2025.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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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음악은 오늘날 전 세계 클럽과 페스티벌에서 중심에 있는 장르지만,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1980년대 미국 시카고에서 시작된 이 음악은 많은 편견과 저항 속에서, 특히 영국에서 제2의 생명을 얻게 됩니다.

시카고에서의 시작

하우스 음악은 디스코 이후를 이어가기 위해 시카고의 흑인과 라틴계 커뮤니티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디제이 프랭키 너클스는 The Warehouse 클럽에서 믹싱을 실험하며 하우스의 기틀을 다졌고, ‘하우스’라는 장르명도 여기서 비롯됐습니다. 초기에는 단순한 비트와 반복이 많았지만, 그 안에 있던 에너지와 해방감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기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에서 다시 태어나다

하우스 음악은 정작 본고장 미국에서는 메인스트림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1988년 영국에서 ‘Second Summer of Love’라는 문화적 폭발을 맞이합니다. 이 시기는 단순히 음악의 유행을 넘어서, 청년들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까지 바꾸는 커다란 흐름이었습니다. 음악, 패션, 시각예술 모두가 하우스와 연결되어 움직였고, 클럽 문화는 새로운 시대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조롱과 거부, 음악적 갈등의 한복판

초기 하우스는 많은 디제이들과 음악 비평가들로부터 심한 조롱을 받았습니다. 디스코의 후속이라는 점, 값싼 전자 장비를 쓴다는 점, 음악 구조가 단순하다는 점은 하우스를 ‘B급’으로 분류하기 충분했던 요소였습니다. 특히 레어 그루브를 고수하던 디제이들, 즉 훵크와 소울의 전통을 중요시하던 이들은 하우스를 무시하거나 거부했습니다.

당시를 회상한 인터뷰에 따르면, 어떤 디제이는 하우스를 듣고 “절대 뜨지 못할 음악”이라고 단언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디스코 반대 연맹(LADS)’이라는 비공식 모임도 있었다는 것은, 그 반감이 단순한 음악적 취향 차원을 넘었다는 걸 보여줍니다.

하우스도, 힙합에게 무시당하다

놀랍게도, 당대 힙합 팬들 역시 하우스를 낮게 보았습니다. 런던의 유명 파티 Delirium에서는 하우스 음악이 틀어지자 병을 던지는 일이 빈번했고, 디제이 부스를 철장으로 보호해야 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집니다. 지금의 감각으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하우스는 당대 음악계에서 꽤 외로운 위치에 있었습니다.

맨체스터에서의 조용한 반격

영국 북부 도시 맨체스터의 클럽 ‘하시엔다(The Haçienda)’에서는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디제이 마이크 피커링은 ‘Nude’라는 하우스 중심 파티를 열었고, 점차 청중이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폭발적인 인기는 아니었지만, 이 움직임은 이후 열풍의 서막이 되었습니다.

이비자와 엑스터시, 새로운 시대의 도래

하우스의 진정한 전환점은 스페인의 이비자 섬에서 왔습니다. 알프레도가 운영하던 암네지아(Amnesia) 클럽은 음악을 밤새 틀고, 정오까지 운영하는 ‘애프터 클럽’ 형식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관대한 현지 분위기, 개방적인 공동체, 그리고 엑스터시 같은 향정신성 문화가 어우러지면서 이비자 클럽 문화는 영국에 그대로 유입됐고, 하우스는 더 이상 마이너 장르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폴 오큰폴드는 “이비자와 엑스터시 이전엔 하우스가 인기가 없었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이 문화적 충격은 결정적이었습니다.

이비자 섬 전망
이비자 섬

개인적인 생각

이 글을 쓰면서 과거 제가 우연히 들었던 일렉트로닉 음악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땐 ‘하우스’라는 이름도, 그 안의 역사를 알지 못했지만, 묘하게 마음이 끌리던 곡들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그 곡들이 하우스였다는 걸 알고 나니, 단순한 비트 안에 담긴 감정과 분위기를 다시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하우스 음악의 역사를 알게 된 뒤로는, 그 단순함 속에 숨어있는 용기와 혁신, 그리고 시대의 갈등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장르는 분명 기술로만 설명할 수 없는, 문화와 세대의 충돌에서 태어난 음악이었습니다.

참고문헌

  • 《Back to the House》, 이대화
  • Brewster, B. & Broughton, F. (1999). Last Night a DJ Saved My Life
  • Reynolds, S. (1998). Energy Flash: A Journey Through Rave Music and Dance Culture

다음 이야기

다음 글에서는 하우스 음악의 하위 장르(딥 하우스, 애시드 하우스 등)와 대표 아티스트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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