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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론과 즉흥

음악 전공자는 모두 절대음감이 있을까? — 절대음감과 상대음감에 대한 나의 경험

by muasis 2025.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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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음감과 상대음감에 대한 나의 경험

저는 7살부터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음이 들리면 자연스럽게 계이름으로 떠올랐고, 초인종 소리나 주변의 음향도 마치 '도레미'처럼 들렸습니다. 그 당시엔 이게 특별한 능력인지 몰랐고, 모든 사람이 이렇게 듣는 줄 알았습니다. 이후 실용음악 입시를 준비하면서야 다른 사람들은 저와 다르게 듣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절대음감과 상대음감이라는 개념이 있다는 걸요.

절대음감과 상대음감의 차이

절대음감(Absolute Pitch)은 기준음 없이도 들리는 음을 계이름으로 바로 인지하는 능력입니다. 반면 상대음감(Relative Pitch)은 기준음 하나를 잡으면 그에 비해 나머지 음의 간격을 계산해서 인지합니다. 예를 들어 '도'를 기준으로 '미'를 들으면 '장 3도 위다'라고 판단하는 것이죠.

저는 절대음감을 갖고 있어서 멜로디를 카피할 때는 비교적 수월했지만, 오히려 상대음감을 갖고 있는 친구들은 코드 진행이나 화성 파악에 더 능숙하더군요. 실제로 실용음악에서는 코드 카피가 중요한데, 상대음감이 있는 친구들이 '이건 2도마이너 - 5도 세븐 - 1도 메이저 진행이다'라는 식으로 빠르게 파악하는 모습을 종종 봤습니다.

음표를 듣고 받아적는 모습

어떤 음감이 더 유리할까?

클래식 전공에서는 절대음감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현악기나 관악기처럼 음정을 스스로 맞춰야 하는 악기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실용음악에서는 둘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멜로디를 듣고 바로 연주해야 할 땐 절대음감이, 코드나 하모니를 빠르게 이해할 땐 상대음감이 유리합니다. 종종 두 능력을 모두 갖춘 친구들도 있는데, 그럴 땐 정말 부러워지기도 합니다.

절대음감이 불편할 때도 있다

절대음감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피아노에서 트랜스포즈 기능을 사용할 때 들리는 소리와 눌러지는 건반의 위치가 다르다 보니 연주가 헷갈리곤 합니다. 또 이조악기(악보와 실제 음이 다른 악기)를 다룰 때도 혼란스러운 경우가 있습니다. 저 역시 가야금을 배우면서 이 부분이 특히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음악 전공자들은 모두 절대음감일까?

처음에는 클래식 전공자라면 거의 모두 절대음감을 갖고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가 아는 한예종 학생에게 물어보니 절대음감을 가진 학생이 소수이고, 심지어 절대도 상대도 없는 경우도 꽤 많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실용음악과에서는 드럼이나 미디 전공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상대음감을 갖고 있고, 절대음감자는 30% 이내인 것 같습니다. 특히 피아노와 작곡 전공에서 절대음감을 가진 학생들이 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피아노를 일찍 배우면 절대음감이 생길까?

피아노는 음정이 고정되어 있는 악기이기 때문에 절대음감자가 많은 편이긴 합니다. 하지만 피아노를 오래 배웠다고 해서 모두가 절대음감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 주변에도 피아노만 절대음으로 듣고 보컬은 상대음으로 듣는 사람, 전체적으로 상대음감인 사람 등 다양합니다.

음감은 타고나는 것일까, 훈련으로 가능한가?

절대음감은 일반적으로 유아기(6세 이전)부터 꾸준한 청음 훈련이 있었을 때 생길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저도 7살부터 피아노를 시작했는데, 아마 이 시기가 절대음감 형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에도 훈련을 통해 상대음감은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친구 중 한 명은 처음엔 음감을 거의 갖고 있지 않았지만 매일 음정을 외우고 따라 부르며 몇 년간 꾸준히 훈련한 끝에 현재는 시창청음 시험을 무난히 통과하고 있습니다. 결국 훈련의 힘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음감 훈련을 위한 간단한 방법

  • 기준음을 정해 매일 따라 부르기
  • 음정 간격을 외우고 소리로 익히기 (예: 장3도, 완전 5도 등)
  • 간단한 멜로디를 듣고 따라 치기
  • 음감 훈련용 앱이나 유튜브 콘텐츠 활용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매일 연습하는 것입니다.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훈련을 이어가는 것이 결국 실력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음악은 음감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표현력, 리듬감, 음악성, 그리고 음악을 즐기는 마음이 더 중요합니다.

즉흥성과 음감 — 결국 음악적 반응 속도

재즈 즉흥연주나 전자음악 DJ 퍼포먼스에서도 결국 '음감'은 실시간 음악적 반응 능력과 연결됩니다. 들리는 소리를 빠르게 이해하고 즉흥적으로 반응하는 능력은 훈련을 통해 충분히 향상될 수 있습니다. 제가 실용음악으로 넘어오며 즉흥과 리듬을 배우면서도 이 점을 더욱 실감하고 있습니다.

음악은 결국 '듣고, 반응하고, 표현하는 과정'이라는 걸 계속 배워가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실용음악을 배우며 즉흥을 어떻게 익혔는지 더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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