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한 계기
고1쯤까지는 클래식 피아노를 배웠는데 사실 전공할 상각은 없지만 또 쭉 배운 것을 그만두자니 아까운 상황에서 피아노 선생님께서 재즈피아노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건너 건너 아는 지인분이 재즈피아니스트이시고 출강도 하고 계시다고 해서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몇 가지를 시켜보시고는 재능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얼떨결에 재즈피아노가 뭔지도 모르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첫 입시레슨
기초 코드를 먼저 배웠고 초견(즉흥연주)도 해야하긴 하지만 입시곡만 잘 쳐도 된다고 하시며 입시곡을 정했고
주 2회 레슨을 받게 되었습니다.
주 2회씩 레슨 시간 동안 입시곡을 8마디 정도씩 카피해 주셨고 이후에는 재즈 솔로를 8마디 만들어서 12 key로 연습해 오라고 하셨습니다. 레슨이 짧을 때도 있고 알차게 배우는 느낌보다 왠지 시간이 아깝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게 입시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첫 입시 시험장에 가니 입시곡은 형식적으로 듣는 느낌이고 블루스, 코드 초견 등을 해야했어요. 저는 블루스를 아직 배워본 적도 없는데 어차피 떨어질 입시 이곳저곳 보려니 전형료도 아깝고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탈모까지 왔습니다.
요즘 입시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 선생님이라는 것을 깨닫고 입시 시험이 끝나고 레슨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레슨비로 거의 차 한대 값이 나갔는데 너무 배가 아팠답니다.
재즈피아노 그룹레슨
그 당시에는 다음 카페가 활성화 되어있던 시절이었고 JAZZPIANO카페에서 그룹 레슨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입시 학원도 몇 군데 가보았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고 그래도 재피 카페에 선생님들은 나름 검증된 분들이시라고 생각하여 집에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압구정에서 진행되던 재즈피아노 그룹 레슨을 신청하여 주 2회씩 다녔습니다. 취미생들도 있었고 전공하다 중도에 그만두신 분들도 계셨던 것 같은데 기초를 제대로 배우지 않았던 저에게는 유익했습니다. 3개월 과정이었는데 마지막 수업시간에는 베이스와 같이 합주하는 시간도 갖고 다른 분들이 어떻게 치시는지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솔로 라인은 잘치는데 스윙감이 없다는 얘기를 처음 듣게 되었습니다. 어떤 연주가 맛있게 치는 건지, 스윙감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제가 그렇다는 상태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새 입시 선생님
재즈피아노 그룹레슨을 듣던 선생님 중 좋은 학교를 많이 보냈다는 입시 선생님께 레슨을 받고 싶었습니다. 저희집에서 무려 두 시간 거리였지만 고민하지 않고 선택했죠.
첫 과제는 쉬운 가요 카피였습니다. 예전에 배웠던 선생님은 학생들은 입시곡 카피 못해서 다 해준다고 하셨었는데 이 선생님께 엿쭈어보니 뭐든 카피는 학생 스스로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새 입시곡을 카피하는 게 아니라 재즈 스탠다드 한 곡을 골라 만들도록 시키셨습니다. 그래서 여러 곡의 솔로를 다 카피한 뒤 짜깁기를 해서 만들었는데 곡을 재밌게 잘 구성하는 능력이 있고 너는 "뭔가 있다고"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의외로 다른 레슨생들은 포기했하기도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그때가 19살 6월 경이었는데 제대로 된 입시 공부를 너무 늦게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어 항상 불안하고 조급하고 솔로를 못한다는 생각에 시달렸습니다. 선생님은 너무 좋은 분이셨지만 바쁘시기도 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저에게는 조금 추상 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터치와 스윙감을 원래 갖고 계셨기 때문에 쫀득하게 치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설명을 들을 수는 없었어요. 그렇게 입시 시험을 봤지만 제 마음은 이미 재수를 향해가고 있었습니다.
재수학원
이전 입시 선생님께 소개를 받아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 입시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학원을 다녀보는건 처음이라 다른 학생들을 만날 수 있어 좋기도 했고 이 선생님께 그루브를 만드는 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배우고 기초를 다졌던 것 같습니다. 알바를 하면서 학원을 다니다가 연습에 전념해야겠다는 생각에 알바를 그만두고 합주 수업도 처음 들어보게 되었습니다. 인트로 아웃트로를 매주 만들어가는 게 과제였는데 이때도 선생님께서 구성을 재밌게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저는 뭐든 지루하고 평범한 걸 싫어해서 그렇게 하나보다 하고 말았었죠.
이 학원도 집에서는 한시간이상 걸리는 꽤나 먼 거리였는데 매일 도시락을 싸서 다니며 아침 9시까지 학원에 도착해서 저녁까지 종일 연습을 했습니다. 겨울엔 추웠고 여름엔 무척이나 더웠고 방음도 안되고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참 학생들이 많았고 다들 열심히 했습니다. 그렇게 대학에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입시를 하면서 잘한점과 후회되는 점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