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에서 실용음악, 그리고 즉흥의 세계로
저는 현재 실용음악과 재즈피아노를 전공하고 있지만, 제 음악 여정의 시작은 어릴 적 클래식 피아노에서 출발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7살부터 시작된 저의 피아노 학습 과정을 솔직하게 담아보려 합니다. 음악을 배우는 여정 속에서 어떻게 리듬감과 즉흥성이 자리잡아 갔는지도 자연스럽게 엿보실 수 있을 겁니다.
피아노 입문 — 옆집 친구를 따라 시작한 취미
저는 7살 때 옆집 친구가 피아노 학원을 다닌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시작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피아노는 기본적으로 배워두면 좋겠다는 생각이셨고, 덕분에 피아노도 장만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정작 집에서는 레슨 전날에야 연습하는 게으른 아이였습니다.
첫 번째 피아노 학원 — 공장형 시스템
처음 다닌 학원은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공장형 시스템에 가까웠습니다. 여러 학생이 동시에 연습실에서 연습하고, 선생님들은 10분씩 돌아다니며 짧게 레슨을 해주셨습니다. 기본기보다는 단순히 피아노 학원 가방을 들고 친구와 함께 학원에 간다는 사실 자체가 즐거웠던 시절이었죠.
처음 배우던 날 ‘도레도레’만 배우고 돌아온 날의 실망감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손모양이나 자세보다는 이론 교재를 푸는 시간이 많았고, 돌아오는 학원버스 뒷좌석에서 덜컹거림을 즐기던 소소한 추억도 남아있습니다.
학원을 옮기고 — 이론 위주의 레슨
1년쯤 후 두 번째 학원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기본을 잘못 배웠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하셨고, 주로 이론 문제를 반복하며 연습했습니다. 조성 계산을 위해 조표를 외우고 따라 그리는 연습이 많았지만, 당시 어린 저에겐 그 과정이 어려웠습니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선생님 역시 전공자는 아니셨습니다.
세 번째 학원 — 전공자 선생님과의 만남
확실히 전공하신 선생님을 찾아 또 한 번 학원을 옮겼습니다. 이때부터 체르니 100번부터 다시 시작했고, 초등학교 2학년까지 계속 배웠습니다. 아직도 그 선생님의 긴 손톱과 매니큐어, 단정한 옷차림이 기억납니다.
첫 개인 레슨 — 무서웠지만 제대로 배운 시작
이사를 한 후 개인레슨을 시작했는데, 첫 개인레슨 선생님은 많이 엄격하셨습니다. 연습을 하지 않으면 레슨을 중단하고 그냥 돌아가시기도 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울며 전화했지만 전화도 끊으셨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럼에도 이 선생님을 통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피아노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개인 레슨 — 즐거움과 게으름 사이
연습을 하지 않아 한동안 피아노를 그만뒀다가, 이사 간 집 아래층 전공 선생님께 다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이 워낙 좋으셔서 또다시 연습량은 줄었지만, 학교 콩쿨 준비 과정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연습하는 법'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느린 속도부터 정확히 터치를 잡으며 연습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경쟁의 부재와 아쉬움
지금 돌이켜보면 한 선생님께 너무 오래 배운 것보다는 여러 선생님께 다양한 방법으로 배우고, 학원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경쟁하는 환경이 있었다면 실력이 좀 더 빠르게 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음악에서도 다양한 스승과 경험을 쌓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음악적 인지와 연습의 전환점
피아노를 그저 반복적으로 치는 것만으로는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음을 머릿속으로 인지하며 화성과 진행을 이해하고 연습하는 과정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이 부분은 이후 재즈와 실용음악으로 넘어가면서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클래식에서 재즈로의 전환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며 여러 클래식 입시학원을 알아보다가, 우연히 재즈피아노를 접하게 되면서 저의 음악 인생도 새로운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재즈를 배우며 즉흥성과 리듬, 그리고 실시간 창작의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이 과정은 DJ들이 전자음악 퍼포먼스에서 실시간으로 루프와 효과를 조절하며 관객과 교감하는 과정과도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음악적 사고의 확장'
저의 피아노 학습 과정은 연습량보다는 어떻게 연습했느냐, 다양한 선생님과 어떻게 소통했느냐가 더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음악은 악기 연주를 넘어, 듣고 인지하고 창의적으로 반응하는 '사고의 확장'이 핵심이라는 걸 이제는 확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이것은 클래식이든, 재즈든, 전자음악 DJ든 모두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클래식에서 재즈로 넘어가며 배우게 된 즉흥의 매력에 대해 더 자세히 소개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음악이론과 즉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즈 즉흥연주와 전자음악의 공통점 — 음악 속에서 즉흥이란 무엇인가? (0) | 2025.03.28 |
---|---|
클래식에서 재즈로 — 저의 재즈피아노 입시 여정 (0) | 2025.03.25 |
음악 전공자는 모두 절대음감이 있을까? — 절대음감과 상대음감에 대한 나의 경험 (0) | 2025.03.21 |
피아노 악보 빨리 보는 법 (0) | 2025.03.19 |
해금의 구조와 종류 — 국악작곡 경험에서 얻은 정리 (0) | 2025.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