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7살부터 피아노를 쳤고 첫 피아노는 영창 수출형 피아노였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쇳소리가 난다"고 하셔서 10살때 삼익 콘솔형 피아노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어려서 어떤게 좋은 피아노인지 잘 몰랐고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피아노 매장 사장님이 골라주시는 피아노로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피아노를 전공하게되고, 귀도 예민해지면서 삼익 피아노의 쩅쨍거리는 소리가 점점 거슬리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제 마음에 드는 피아노를 찾아 삼만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조율사님께서 2000년대에 제작된 피아노들은 대부분 동남아에서 OEM제작된 제품이고 고가의 피아노가 아니면 목재 퀄리티가 아쉬운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90년대 후반에 제작된 중고피아노를 고르기로 했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한 피아노의 기준은 맑고 예쁜 소리/ 적당히 묵직하고 쫀쫀한 터치감입니다다. 우선 중고 피아노 매장들을 정말 많이 둘러봤습니다. 분당, 안산, 서울 등 큰 중고 매장이 있으면 다 가보았는데 마음에 드는 터치감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중고 플렛폼에 올라오는 피아노들도 어려곳 찾아가봤는데 대부분이 너~무 관리가 안된 피아노였어요. 그러다보니 어떤 피아노를 피해야하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중고 피아노 구매시 주의할 점
- 오래 방치된 피아노 : 중고 마켓에 나오는 피아노들은 대부분은 오랜 시간 조율이 안되고 방치되어 그 피아노의 소리를 제대로 확인하기 조차 어려웠습니다. 그런 피아노는 한번의 조율로 교정이 안될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번 조율받고 건반을 조정해야하기 때문에 조율,조정비가 생각보다 더 들 수도 있습니다. "거의 사용안했어요~" 라고 해서 좋은 피아노가 아니라 적당히 쳐주고 만져줘야 소리가 트인다고 합니다.
- 울림판이 꺠진 피아노 : 이사를 몇번 다닌 피아노는 뒷면 "울림판"이 깨지는 경우도 있는데 울림판이 깨지면 그냥 버려야하기 떄문에 뒷면을 꼭 체크해주세요! 제가 연습실을 1년정도 렌트하여 사용한 적이 있는데 피아노 소리가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조율사님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울림판이 깨져서 버려야한다고 하셔서 결국 다른 방 피아노와 바꿔주신 경험이 있습니다.
- 학원에서 사용한 피아노 : 학원에서 사용하던 피아노는 너무 많이 사용하고 막 다뤄져서 소리가 좋지 않고 낡은 경우가 많습니다.
- 침수되었던 피아노 : 드디어 낙원상가에서 소리가 마음에 드는 피아노를 찾았습니다. 높이가 꽤나 높은 피아노라 울림이 참 좋았어요. 피아노를 배송받고 바로 조율사님이 오셨는데 침수되었던 자국이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피아노 사장님께 말씀드렸더니 교환을 해주시기로 하고 비슷한 피아노가 나오기를 기다렸는데 결국 안나왔습니다..
그래서 내가 고른 피아노는!
낙원상가는 정말 많은 피아노를 한번에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화이트 피아노를 고르고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화이트 피아노들은 터치감도 소리도 대부분 가볍고 마음에 드는것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마음에 드는 피아노를 찾기 위해서 낙원상가를 여러번 방문해서 상가 사장님들이 제 얼굴을 외우셨을듯 하네요...
영창 플램버그 모델
화이트 피아노가 탐이 났지만 저에게는 소리와 터치감이 제일 중요했기 때문에 포기하고 서울을 지나다가 무심코 낙원상가를 방문한 어느날, 디자인이 흔치 않고 고급스러워 저의 시선을 끄는 피아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쳐봤는데 의외로 터치감이 묵직하고 소리도 좋더라고요. 파로 영창의 수출용 플램버그 모델이었습니다. 디자인도 살짝 엔틱하고 예쁘죠?
- 좋은 터치감
사람마다 손의 힘이나 연주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정말 직접 쳐보지 않으면 감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삼익 피아노는 전반적으로 터치가 무거운 편이긴 하지만 특유의 쨍쨍한 소리가 있어 부드러운 곡이나 섬세한 다이나믹을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이 들더라고요.
반면, 영창 피아노는 소리가 맑지만 터치감이 가볍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플램버그 모델은 건반의 묵직함이 있더라고요. 근데 장점이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터치가 무겁다 보니, 펑크처럼 빠르고 코드 위주로 다섯 손가락을 동시에 눌러야하는 연주에서는 팔에 무리가 가는 느낌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손가락 힘을 기르려고 일부러 더 무겁게 조정한 적도 있었는데, 너무 무거우면 근육에 무리만 가고 연주가 둔해지는 걸 느꼈죠. 적당히 감기고 자연스러운 터치감이 가장 좋다는 걸 이번에 다시 실감했습니다.
그래도 재즈 특유의 그루브를 연습하기에는 좋습니다!
사실 야마하 피아노가 고가인 만큼 터치감이 정말 좋긴합니다. 건반 깊이도 너무 얕지 않고, 깊게 눌렀을 때의 탄성이 있어서 피아노 연습하고 싶은 의욕이 막 생겨납니다. 그런데 졸업하고 현재 하는 일이 작편곡이다보니 어쿠스틱 피아노보다는 마스터 건반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고가의 피아노를 사놓기는 너무 아깝더라고요.
피아노를 오래, 전문가의 수준까지 배우고 싶으신 분이라면 야마하를 구입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니오 설치
이번에 피아노를 들이면서 같이 설치한 게 바로 제니오(Genio)입니다. 건반 밑에 센서를 달아서, 어쿠스틱 피아노도 디지털처럼 이어폰으로 연주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인데 어쿠스틱 피아노도 소리를 끄고 연습할 수 있는, 획기적인 개발품이라고 생각해요!
설치 전에는 터치감에 영향을 준다는 말도 았어서 반신반의했는데, 지금은 정말 만족하면서 쓰고 있어요. 특히 연습실 비용을 절약하고 싶으시거나 아파트나 조용한 주거 공간에 사시는 분들에게는 완전 필수템입니다. 주변 눈치 안 봐도 되니까 심리적으로도 너무 편해요. 다만 해머가 덜그덕 거리는 소리가 아래층에 들릴 수도 있으니 예민한 이웃분이라면 밤 늦게는 조심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딜레이가 거의 없고, 페달까지 인식이 되기 때문에 실제 연주 감각과 많이 다르지 않아요. 트릴 같이 아주 빠르게 움직이는 부분에서 약간 민첩하지 못한 정도의 미세한 차이는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낮은 피아노에는 터치감에 더 영향을 줄 수 있다고하니 참고하세요. 디지털 음색이기 때문에 어쿠스틱 피아노 고유의 소리가 재현되지는 않지만 연습용으로는 괜찮습니다.
초기 구입비용이 다소 부담이 되어 저도 처음에는 설치를 고민했는데요 요즘 한달 연습실 대여료가 아주 협소해도 최소 30-50까지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5달만 사용해도 연습실 비용이 빠지더라고요.
저희 집은 복층에 어쿠스틱 피아노가 있기때문에 늦은 밤에도 연습할 수 있어서 만족하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가의 모델과 녹음이 고가의 모델이 있는데 내장 소리수의 차이와 자체 녹음이 되는지 정도의 차이인데 사실 어쿠스틱 피아노로 다른 내장 사운드를 사용할 일은 없을 것 같고 저는 미디를 사용하기 때문에 녹음 기능도 한번도 사용 안했네요. 괜히 상위 모델로 설치했다 후회중입니다. 그냥 보급형 모델로 설치하셔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중고 피아노 고르시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질문있으시면 댓글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