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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론과 즉흥

대금의 주법 알아보기

by muasis 2025.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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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의 주법 — 작곡가 시각으로 정리하는 농음·퇴성·글리산도

이전 글에서는 대금의 구조와 음역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실제 작곡 작업에서 대금의 매력을 만들어주는 주법들, 특히 농음과 퇴성, 글리산도 등을 중심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저 역시 작곡 작업을 하며 이 주법들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표현력 때문에 대금을 쓸 때마다 공부하게 됩니다.

농음이란? — 대금의 ‘호흡을 담은 떨림’

서양 음악에서는 비브라토에 해당하는 주법으로, 국악에서는 대금은 농음, 현악기는 농현으로 부릅니다. 이 농음이 대금 소리를 훨씬 더 입체적이고 살아 숨 쉬게 만들어줍니다. 취구를 넓혔다 좁혔다 하며 음 높이를 미세하게 올리고 내리는 동작으로 연주합니다.

농음은 그 폭에 따라 굵은 농음, 가는 농음으로 나뉘고, 속도에 따라 빠른 농음과 느린 농음으로 구분합니다. 제가 작업하면서 느낀 건, 농음은 단순히 진동 수치가 아니라 음악적 분위기와 감정을 만드는 핵심 요소라는 점입니다.

정악에서의 농음 — 절제 속의 여백

정악대금에서의 농음은 민속악에 비해 상당히 절제되어 있습니다. 제례악처럼 절제미가 중요한 곡에서는 농음을 거의 쓰지 않고, 풍류음악에서는 비교적 적극적이지만 여전히 절제된 품위를 유지합니다.

정악 악보에는 농음을 세세히 기보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악곡 스타일에 맞는 규칙과 관습이 있고, 연주자마다 적절히 해석할 여백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정악곡 작업할 때는 농음 기보를 최소화하고, 연주자와 소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속악에서의 농음 — 감정의 진폭이 살아나는 곳

산조대금을 사용하는 민속악에서는 농음의 표현이 훨씬 자유롭고 폭넓습니다. 농음의 폭 자체가 크고 변화도 많으며, 기보 시에는 농음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기록합니다. 이는 특정 명인의 스타일을 정확히 보존하기 위함입니다.

저는 산조풍 창작곡을 쓸 때 농음표기를 어느 정도는 직접 적어두려 노력합니다. 민속적 특유의 감정선이 살아나야 곡이 설득력을 갖기 때문입니다.

퇴성과 추성 — 농음의 뼈대가 되는 움직임

퇴성은 음을 아래로 끌어내리고, 추성은 위로 밀어올리는 주법입니다. 이 두 가지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농음이 만들어집니다.

취구만으로 연주할 경우 정악대금은 단 2도, 산조대금은 장 2도~3도까지 음폭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운지까지 활용하면 훨씬 넓은 음역 이동이 가능해집니다. 작곡할 때 이런 음폭 범위를 염두에 두고 멜로디를 구성해야 연주가 자연스럽습니다.

꺾는음 — 민속악 특유의 개성

꺾는음은 연주하면서 단 2도 아래로 빠르게 하강하는 주법입니다. 판소리, 산조 등 민속악의 감정을 살리는 데 중요하게 쓰입니다. 정악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저는 창작곡에서는 정악대금에도 꺾는음을 일부 응용해 실험해보기도 했습니다.

혀 치기 (텅잉) — 정악과 창작곡의 차이

전통음악에서는 싱글텅잉 위주로만 연주합니다. '투', '두', '루' 등의 발음으로 미묘한 강약을 조절하죠. 정악에서는 정간보에서 ‘ㅎ’ 기호로 혀 치기를 표시합니다.

창작곡에서는 서양 플루트처럼 다양한 텅잉이 가능해집니다. 저도 창작곡에서는 아래 텅잉들을 많이 고민하며 활용합니다:

  • 싱글텅잉: 기본 텅잉. ‘tu’, ‘du’ 발음으로 강약을 조절
  • 더블텅잉: 'tuku-tuku'로 빠른 음형 연주
  • 트리플텅잉: 'tkt', 'ttk' 패턴으로 빠른 리듬 소화
  • 플러터텅잉: 혀 또는 목젖을 활용해 떨림 표현 (저음역은 목젖 방식이 안정적)

플러터텅잉은 저도 처음엔 어렵게 느꼈는데, 목젖 방식이 훨씬 편하다는 걸 직접 확인했습니다. 이런 세밀한 기술은 작곡에서도 표현폭을 넓혀줍니다.

대금의 주법 정리

글리산도 — 대금의 부드러운 미끄러짐

글리산도는 두 가지 방식으로 구사됩니다.

  1. 빠른 운지 이동: 시작음에서 도달음까지 순서대로 지공을 빠르게 여닫기
  2. 퇴성·추성 응용: 취구 조절 + 지공을 미끄러지듯 부분 개방하며 연속적인 음 높이 이동

다만 대금은 현악기처럼 완벽한 끊김 없는 글리산도가 되지는 않습니다. 음역대가 넘어갈 때 살짝 경계가 생기는 느낌이 있죠. 저는 이런 한계를 감안해 글리산도 구간을 설계합니다.

작곡할 때 항상 고민하는 대금 주법 활용 포인트

  • 정악 vs 민속악의 농음 범위 구분
  • 퇴성·추성 음폭 한계 고려한 멜로디 설계
  • 민속악에서는 꺾는음 적극 활용
  • 창작곡은 다양한 텅잉 조합으로 음색 확장
  • 글리산도는 무리한 옥타브 이동 회피

이런 요소들을 염두에 두고 대금을 쓰면 연주자분들도 편안하게 연주해주십니다. 물론 저 역시 매번 배우며 수정합니다.

마무리 소감

대금은 국악작곡 작업에서 가장 섬세한 고민이 필요한 악기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멜로디라도 농음, 취법, 텅잉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색깔이 되거든요. 앞으로도 저만의 대금 색깔을 찾기 위해 더 실험해볼 생각입니다. 이 글이 대금 주법을 공부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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