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국악작곡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접했던 악기가 해금이었습니다. 다른 악기에 비해 음의 제약이 적어 경험이 적은 국악 작곡가들이 시도해 볼 만한 악기입니다. 하지만 해금의 특징을 잘 알고 작곡해야 해금 특유의 맛을 잘 살릴 수 있습니다.
해금의 재료
해금은 대나무뿌리로 만든 공명통에 입죽을 세운 다음, 명주실을 감은 두 개의 주아를 입죽에 고정하고 말총 활을 두 현 사이에 끼운 구조입니다. 다른 국악기에 비해 다양하 재료를 사용하는데 금, 석(돌), 사, 죽, 토, 혁, 목 여덟 가지입니다.
해금의 고유 특성
활로 현을 마찰하여 소리를 내는 찰현 악기로 공명통과 주아에 세로로 매달려있는 현을 누르고 풀면서 왼손의 악력을 이용하여 연주합니다.
현악기 중에서 현의 수가 가장 적지만 다양한 활 쓰기를 통해 많은 표현을 할 수 있으며 음역이 넓고 조율을 바꾸지 않아도 운지만 이동하면 이조가 가능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악기입니다.
작은 공명통에서 나오는 해금의 음량은 그리 크지 않지만 다른 악기와 조화롭게 어울리는 음색을 가지고 있어 많이 사용되는 선율악기입니다. 현악기이지만 관악 합주에 많이 포함되는데 음악적으로 현악보다 관악의 선율과 흐름이 비슷하며, 다른 현악기와는 다르게 관악이 숨을 쉬는 부분에서 해금이 소리를 지속하며 흐름을 연결해 주기 때문입니다.
개량악기
해금은 전통음악에서 합주,반주,독주 악기로 활발히 사용되다가 창작곡이 발전하면서 개량되었습니다. 해금의 울림통 크기와 현의 굵기를 달리하여 고음, 저음 해금을 만들었으며 이외에 현이 더 많은 4현 해금과 전자해금 등이 있습니다. 그럼 개량해금의 종류를 살펴보겠습니다.
- 고음해금
작은 울림통에 짧은 입죽을 세우고 가느다란 명주실을 사용하여 해금보다 고음의 음색이 선명하다. 하지만 현이 가늘어 크기가 약하며 음정을 만들어내기가 예민합니다.
-저음해금
굵은 명주실 또는 첼로의 현을 사용하며 해금보다 더 늦으면서 굵은 음색과 큰 울림 효과를 내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저음해금은 공명통의 크기가 클수록 울림과 음량이 풍부하며, 울림이 큰 대신 음색이 벙벙합니다. 고음 해금처럼 예민하여 음정을 만들어내기가 까다로우며 입죽이 길어서 악기 아래쪽으로 갈수록 음을 눌러 내기가 어렵습니다.
입죽의 길이가 길고 공명통이 큰 구조라서 연주하기가 불편하여 전용으로 제작된 받침대에 해금을 세우고 연주자가 앉거나 일어선 자세로 연주한다. 고음 해금보다 활성화되어 있으며 관현악과 실내악 등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4현 해금
4현 해금은 해금의 형태에 유현, 중현이 하나씩 더해진, 두 쌍의 우현, 중현을 가진 개량해금입니다. 팔각형의 큰 울림통에 현을 묶는 산성대신 나무기둥으로 4개의 현을 고정하고 두 현씩 짝을 지어 각각 현 사이에 말총을 끼워 연주합니다. 각각 두 개의 유현과 중현이 마찰되기 때문에 두 명이 동시에 연주하는 효과를 내며 4현 해금만의 독특한 음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주방식은 해금과 비슷하지만 동시에 두 현을 연주해야하므로 조율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하며 농현이나 시김새 등의 다양한 표현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개방현을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 전자해금
공명통에 프리앰프를 장착하고 케이블을 연결하여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도록 한 해금이다. 전자 해금은 연주자의 취향과 용도에 맞게 개인이 제작하고 있으며 연주자 간의 협업을 통해 구조와 기능 등 여러 가지 개선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해금의 음역
대략 3옥타브 정도로 넓은 편이며 그 이상의 음도 낼 수 있으나 음색이 선명하지 않아 효과적이지는 못합니다.
전통음악에서의 음역은 왼손의 포지션 이동에 큰 무리가 없지만 창작곡은 폭넓은 음역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포지션을 이동하다가 선율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또 빠른 리듬에서 한 호흡으로 연결해야 할 때 폭넓은 도약은 포지션 이동이 불편하여 연주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중현에서 유현까지 포지션 이동이 없는 음역은 약 1옥타브 반 정도입니다.
1. 해금의 연주 자세
해금은 전통적으로 바닥에 앉아 연주하거나, 현대적인 상황에 따라 의자에 앉거나 서서 연주하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자세에서는 양반다리로 앉은 상태에서 해금을 오른쪽 발에 고정하여 연주하며, 현대 무대나 교육 환경에서는 의자에 앉아 두 다리 사이에 악기를 끼우는 자세도 자주 사용됩니다. 저음 해금의 경우, 별도의 받침대 위에 악기를 놓고 서서 연주하는 방식도 활용됩니다.
해금 연주에는 왼손과 오른손의 역할이 뚜렷하게 구분됩니다. 왼손은 음정을 조절하고 선율을 표현하는 역할을 하며, 주로 두 현을 짚어 소리를 내는 '경안법'과 현을 눌러 음을 내는 '역안법'을 사용합니다. 이로써 선율과 기교, 농현 등을 표현합니다. 반면, 오른손은 활을 당기거나 밀면서 연주하며, 이를 '운궁법'이라 부릅니다. 운궁법은 악곡의 호흡, 악상, 셈여림, 감정 표현 등 전체적인 흐름과 분위기를 조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 조현과 운지법
i. 조현:
해금은 유현과 중현이라는 두 현을 완전 5도 간격으로 조율하며, 이를 위해 '주아'를 돌려 음정을 조정합니다. 해금의 조율은 절대적인 기준음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나, 일반적으로 유현(바깥줄)의 개방현은 Bb, B, C, C# 중에서 선택하여 조율합니다.
작곡자가 유현의 개방현 음을 지시하는 경우에는 Bb 이하나 C# 이상으로 조율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Bb 이하로 조율하면 현의 장력이 낮아져 음정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음색이 탁하고 울림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C# 이상으로 조율하면 현이 지나치게 팽팽해져 날카로운 음색이 나며, 울림이 약하고 왼손 운지 및 농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ii. 운지법
해금은 지판이 없기 때문에 왼손 손가락으로 현을 직접 짚어 음정을 조절합니다. 보통 포지션은 손가락 순서에 따라 정해지며, 1지(검지), 2지(중지), 3지(무명지), 4지(약지)로 구분합니다. 정악이나 민속악 등 전통 음악에서는 악곡에 따라 운지가 비교적 정형화되어 있으나, 창작곡이나 현대 곡에서는 연주자가 스스로 운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개인별로 약간의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3. 활의 쓰임
활의 움직임은 당김 활(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빼는 것)과 미는 활(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넣음)로 구분하는데 당김 활이 좀 더 힘 있는 소리가 나고 활의 끝부분으로 갈수록 소리가 약해집니다. 보통 찰현악기는 활로 강약을 조절하는데 해금을 활을 마찰하는 힘과 가죽으로 된 손잡이 부분을 손가락으로 팽팽하거나 느슨하게 하여 강약과 음색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손잡이 부분을 당길수록 말총이 팽팽해져 크고 알맹이 있는 소리를 만들 수 있고 손잡이 부분을 풀면 말총과 현의 마찰이 약해져서 작은 소리를 연주할 때 효과적입니다.
4. 해금의 음색과 음량에 관련된 요소들
해금은 카랑카랑한 음색도 가지고 있지만 구슬픈 음색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연주가 가능합니다. 소리 특성상 창극이나 연극에서 효과음을 낼 수도 있으며 일부 동물소리를 묘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현 굵기의 차이, 원산을 놓는 위치, 연주자의 활 쓰는 방법 등과 악기를 만드는 재료에 따라서도 음색이 달라집니다.
해금의 구조와 종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셨다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해금 연주의 자세와 주법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