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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론과 즉흥

해금의 구조와 종류 — 국악작곡 경험에서 얻은 정리

by muasis 2025.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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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의 구조와 종류 — 국악작곡 경험에서 얻은 정리

제가 국악작곡을 배우면서 처음 작곡에 사용해 본 악기가 바로 해금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해금이 가장 다루기 쉬운 악기 중 하나라고 들어서 가볍게 시작했지만, 막상 작업을 하다 보니 해금 특유의 구조와 한계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연주자분들의 의견을 직접 들으며 "이건 생각보다 연주가 어렵습니다"라는 피드백을 자주 받았습니다.

해금의 기본 구조와 재료

해금은 대나무 뿌리로 만든 공명통 위에 입죽을 세우고, 두 개의 주아를 고정하고 말총 활을 끼워 연주하는 구조입니다. 금, 석, 사, 죽, 토, 혁, 목 등 다양한 재료가 쓰이는데, 국악기 중 이렇게 여러 재료가 사용되는 악기도 드물죠. 저도 공부하면서 이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해금의 고유 특징

해금은 찰현악기로 활을 이용해 현을 마찰시켜 소리를 냅니다. 두 개의 현만으로도 다양한 음과 표현이 가능하며, 다른 현악기와 달리 운지만 이동하면 조율을 바꾸지 않아도 쉽게 조성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작곡가 입장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조를 쉽게 쓰다 보면 연주자에게 어려운 포지션 이동을 요구하게 되기도 합니다. 저도 처음엔 이 부분을 몰라서 선율이 너무 도약 위주로 흘러 연주자분들께 수정을 요청받은 적이 있습니다.

개량 해금의 종류

고음 해금

고음 해금은 울림통이 작고 음색이 밝습니다. 그런데 현이 워낙 얇아서 음정이 굉장히 예민합니다. 실제로 제가 작곡하면서 고음 해금을 사용할 때 연주자분들이 "현이 워낙 가늘어 컨트롤이 쉽지 않다"라고 말씀하셔서, 고음 해금 파트는 조금 단순한 선율 위주로 조정한 경험이 있습니다.

저음 해금

저음 해금은 울림이 풍부하지만 음정 정확도나 연주시 부담이 큽니다. 처음 저음 해금 악보를 쓸 때 포지션 이동이 많아 연주가 까다로워진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 후로는 저음 해금에서는 개방현 위주의 안정적인 음역 위주로 선율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4현 해금

4현 해금은 2명이 연주하는 듯한 풍부한 사운드를 냅니다. 다만 농현이나 미묘한 시김새 표현이 다소 제한되어, 창작곡에서 적절한 활용 포인트를 고민하게 됩니다.

전자 해금

전자 해금은 저도 실험적으로 몇 번 사용해봤는데, 전통 해금보다 확실히 울림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앰프를 통한 사운드 확장 덕분에 무대 공연에서도 유용했습니다.

해금의 음역과 포지션 이동

해금은 대략 3옥타브 정도의 음역대를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1옥타브 반 내에서 선율이 가장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작곡 초기에는 음역을 넓게 활용하려다가 연주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걸 경험하고, 이후에는 음색이 가장 안정적인 범위에서 선율을 짜려고 의식적으로 신경 씁니다.

해금의 연주 자세와 양손 역할

전통적으로는 바닥에 앉아 양반다리 자세로 연주하지만, 요즘은 의자에 앉거나 서서 받침대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음 해금 작업할 때는 무조건 받침대를 사용하신다고 말씀하셨고요.

왼손은 음정을 만들어내고 선율을 표현합니다. 경안법(현을 짚음), 역안법(현을 눌러 음정을 미세조정)이라는 주법으로 다양한 농현과 시김새를 만듭니다. 오른손은 활을 조절하며 곡의 호흡과 감정을 만들어줍니다. 이 운궁법에 따라 곡 전체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집니다.

조현과 운지법

조현

해금은 보통 유현(Bb, B, C, C# 중 선택)과 중현을 완전 5도로 맞춥니다. Bb 이하로 내려가면 울림이 탁해지고, C# 이상으로 올리면 현이 팽팽해져 음색이 날카로워집니다. 저도 초반에 Bb보다 더 낮춰봤다가 "소리가 안 예쁘다"는 지적을 듣고 다시 원래 범위로 조정했던 기억이 납니다.

운지법

해금은 지판이 없기 때문에 손가락이 모든 음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창작곡 작업할 때 연주자분들이 "여긴 손이 좀 꼬인다"라고 말씀해 주시는 걸 들으며 운지법을 의식하며 선율을 다듬는 법을 배워갔습니다.

활의 쓰임과 소리 조절

활을 당길 때와 밀 때 소리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또 손잡이의 장력을 풀거나 당기면서 마찰을 조절하는 것도 처음엔 신기했습니다. 연주자분들이 한 곡 안에서도 장력을 계속 조절하는 모습을 보며 활의 디테일한 세계를 새삼 느꼈습니다.

고해금 중해금 저음해금

해금 음색과 다양한 활용

해금은 맑은 음색과 구슬픈 음색이 공존합니다. 저는 창극이나 연극 작업에서도 해금의 효과음을 여러 번 써봤는데, 동물소리나 바람소리 등 의외의 연출에서도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연주자의 손맛에 따라 같은 해금이라도 전혀 다른 느낌을 내는 것이 해금의 가장 큰 매력 같습니다.

작곡자로서 해금 악보 쓸 때 항상 고려하는 점

  • 빠른 도약보다는 자연스럽고 유려한 선율을 우선 고려
  • 현 변경 최소화 → 과도한 포지션 이동 피하기
  • 유현 개방음 범위 안에서 안정된 조율 사용
  • 관악 합주 시 숨쉬기 타이밍을 고려하여 선율 길이 조정

이런 것들을 작곡할 때 미리 배려하면 연주자분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마치며

해금은 단순히 ‘국악기’라는 범주를 넘어 정말 매력적인 선율 악기입니다. 특히 창작국악 작업에서 해금은 작곡가에게 많은 실험의 기회를 줍니다. 저 역시 계속 쓰면서 배우고 있고, 앞으로도 해금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해보고 싶습니다. 이 글이 해금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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